필자의 블로그가 워낙 허접스러운 B급 블로그다 보니
이런 소리 한다고 몇 명이나 과연 이 글을 볼까 싶지만
그래도 멋진 작품인 뷰티풀 군바리 덕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행복회로 돌리면서 썰 한번 본격적으로 풀어봅니다
때는 어느 무더운 여름 필자가 일경이라 아직 짬이 안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햇살에 가만히 있어도 열기가 확확 올라와서
더워 죽겠는데 아침부터 뭔 삐리리 같은 소리가 들리나 싶어서 유심히
고참들 반응을 눈치 보며 살폈더니
이런 야발 이 더운 날에 아침 먹고 중대 전체가 훈련 뛰러 간다더군요
부대 안에서 할 일 없어서 심심해 죽을려 하던 고참 쉐리들 지들은
짬도 되겠다 신경 쓸게 아무것도 없으니 오늘 또 몸 좀 제대로 풀자면서
어찌나 신이 나서 활기차하던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것들 더위 먹어서
단체로 맛이 가버린 건가 싶던 필자였었습니다
사실 뭐 훈련이야 늘상 해오던 거고 일경쯤 되니 다행히 필자가 정수아나 현봄이와
달리 기수가 좀 풀린 편이라 밑에 애들도 제법 들어왔겠다 이때쯤이면 개막내
시절에 비하면 정신적으로 많이 편안해진 상태였습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여름에는 상황(시위) 없으면 부대에서 푹 쉬면 어디 덧나나 싶어
이 뜨거운 여름에 기동복 입고 뛰쳐나가서 땀뺄 생각을 하자니 목구멍에서부터 별의별
욕이 진짜 나 좀 내보내달라고 계속해서 울부짖었지만 어쩌겠습니까 하라면 해야 하는 게
군대인 것을 말이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전
늘상 해 오던 대로 오늘도 변함없이 하게 된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고 정신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체력 훈련
뷰티풀 군바리 뷰군에서도 가끔씩 정말 정말 순한 맛으로 순화해서
묘사됐었습니다만 이 시절 의경들의 체력 훈련은 진짜 한마디로 말해서 헬
그 자체였었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날 때마다 온갖 헬스와 체력단련으로만
시간을 보냈던 헬창 고참들이 수시로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목소리 째라고 똑바로
안 하냐며 갈구기를 시전하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거나 뒤처지거나 하면 온갖 군데서 욕설과 차마 글로 적을 수 없는
스펙터클한 상소리 및 심지어는 발길질에 등짝 스매싱이 사방에서 날라오는데 하 이럴 때마다
내가 진짜 한 달에 얼마나 처 받는다고 이러고 살아야 되나 싶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머릿속을
매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깊은 현타에 빠져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반복하던
필자였었는데요
아니 야발 의경은 방패 들고 시위자들이랑 붙어서 안 뚫리고 잘 막고 체포해서 잘 붙잡아만
오면 되는 거 아냐? 뭔 체력훈련을 정신 나간 것처럼 맨날 이렇게 빡 새게 해 하고 이날도 역시
변함없이 혼자만의 외침을 계속하던 필자였었으나
그런 필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PT라는 이름으로 동작 하나하나마다 수백 개씩 반복하기를
다 끝낸 후 이날도 역시 다른 날들처럼 또 똑같이 시작하게 된 훈련이라는 이름 하의 공설 운동장 몇백 바퀴
구보 이 정신 나간 짓을 3분대 둘째 줄에서 시작하게 된 필자 원래 대로였다면 그 수백 바퀴 또 다 돌고 나서
기진맥진 헉헉하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잠시 후의 상황이었습니다만 이날은 진짜
하늘이 도운 건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던 건지 필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이스 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날 필자 바로 앞에서 구보를 하게 된 친구는
필자보다 10기수 아래 이경이었던 최XX
전체적으로 탄탄한 체격에 안경 쓴 학교 선생님 같은 이미지의 친구로
조금 어리바리하니 뒤처지는 면이 있어서 종종 고참들의 미움을 받곤 했지만
그래도 성격도 순하니 애 자체는 나쁘지 않던 친구였었는데요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이 정신 나간 강도의 훈련을 누가 과연 끝까지 버틸까 싶습니다만
당시에는 어떻게 서든지 간에 악으로 깡으로 힘들어도
끝까지 버텨서 고참들 눈에 근성 있다면서 들어오는 게 짬 안되는
일이경들의 최대 목표였었는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날 필자 앞에서 1열로 구보를 뛰던 이경 최XX 이 친구가
한 50바퀴쯤 돌았었을 때 힘들어하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갑자기 길바닥에 중심을 잃고
쓰러져 버리는 대참사를 일으켰다는 겁니다 현재 뷰군 재밌게 보시고 계시는 분들은
그 뒤로 이 일 때문에 필자네 소대에 어떤 일들이 줄줄이 대기 타고 있었을지 벌써부터
아 얘네 새됐겠네 하고 짐작이 확실하게 가시죠?
필자 바로 앞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순간의 판단이 정말 중요한 이 짧은 찰나에
예전부터 가족 친척들로부터 잔머리 요령 피우는 것만큼은 외할아버지 전혀 안 닮은 것 같다는
평가를 듣던 필자 사실 마음만 먹으면 앞에서 쓰러진 이경 최XX를 피하는 거야
식은 죽 먹기였었습니다만
여기서 내가 이 녀석 때문에 걸려 넘어진척하면 구보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하고
머릿속을 강하게 스치고 지나가길래 그 몇 초의 순간 기가 막힌 할리우드 액션으로 마치 이경 최XX 때문에
걸려서 넘어진 것처럼 가볍게 공중제비까지 도는 투혼을 발휘하며 필자도 넘어져서 아 하고 아픈듯한
리액션까지 넣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그 뒤는 어찌 됐는지 궁금하니
빨리 말해보라고요?
그렇습니다 여러분 당시 부대에서 맡은 일도 잘하고 뛰어난 정치력으로 라인 타는 것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필자를 좋게 보던 필자 부대의 최고 대장 기율이 그런 필자와 이경 최XX를
보고 뭐 어쩔 수 없는 사고였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니네 훈련 쉬어라 하고 지시를 내려줘서
그날 하루 내내 필자는 훈련 안 뛰고 개꿀빨수 있었답니다
그 뒤로도 물론 모든 책임은 독박으로 이경 최XX가 가져가게 됐으니
필자한테 뭐라 하는 고참은 한 명도 없었었고요
아 생각해 보면 딱 한 명 눈썰미 좋은 고참이 있긴 있었습니다
XX이 너 연기한 거 아니냐고 물어봤었으니 말이죠
뭐
에이 XXX 상경님 저 아시지 않습니까
고참분들 다들 고생하시는데 저만 빠진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고
둘러대자 그러려니 하고 곧바로 그 고참도 넘어갔지만 말입니다
자 그러면 이 글의 결론은 이렇게 마무리해야겠군요
군대 훈련도 적당히 좀 하자 뭐든 적당한 게 중요하다